[2025년09월07일] 어떤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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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YOSUNG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5-09-06 20:28본문
지난 주 중에 세브란스 의료원 교직원 예배를 다녀왔습니다. 전국기독교대학교의 교목 수련회에서 말씀을 전한 것이 인연이 되어서
세브란스 병원의 원목이신 곽호철 교수님께서 초청해 주셔서 말씀 전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근무가 시작되기 전, 8시부터 예배가 시작되어 8시 30분까지 짧은 시간 모이지만 일상 속에서 직장에 30분 일찍 출근하여 예배드리는 분들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예배를 드린 곳은 <은명대강당>입니다. ‘은명’이라는 이름은 저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호(號)입니다. 정동제일감리교회의 장로님, 은명내과에서 상계동의 어려운 이웃들을 치료하시던, <상계동의 수바이처>이신 김경희 장로님의 호를 제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의 호를 다시 보게 되니 의미가 다가왔습니다.
김경희 장로님은 상계동에서 병원을 개원하면서 (의료보험이 없던 시절에...) 가난한 분들에게 진료비 1천원을 받고 진료한 것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은명교회를 개척하시기도 하신 장로님은 101세, 장수를 누리시고 돌아가셨고 자신의 전재산 53억을 연세의료원에 기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새 병원을 지을 때 가장 큰 강당을 그 분의 호를 따 명명한 것입니다.
은명대강당 앞에 넓직한 홀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비싼(?) 병원에 이렇게 여유로운 공간이 있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그 라운지의 이름은 <김지희 라운지>였는데, 벽 한켠에 딸 김지희의 아름다운 삶을 기억하며 그 부모가 기증한 공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설명에는, “광야를 걷는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와 은혜의 품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바램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조성한 부모는 감리교회 김창희 감독님의 형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성향이 본능처럼 내재되어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가면 꼭 보게되는 낙서는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적은 낙서인 것을 보면 나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악명을 남기고, 어떤 이는 존경의 이름을 남깁니다. 어떤 이름은 후손들이 부끄러워하며 숨기고, 어떤 이름은 자랑스럽게 누구의 후손인 것을 드러냅니다.
큰 돈으로 내 이름의 흔적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석자, 그리고 하나님을 섬겼던 내 삶의 흔적이 착한 이름을 남기는 삶을 살아야겠노라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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